지난 17일 경기 안산에서 발생한 40대 중국 동포의 동거녀 살인사건이 계속된 가정폭력 끝에 벌어진 참극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은 가정폭력 재발을 막겠다며 10여차례에 걸쳐 해당 가정에 전화 모니터링을 실시했지만, 가정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17일 오후 8시 30분께 안산시 단원구 자택에서 중국 출신 동거녀 A(44·2002년 귀화)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김모(45·중국 국적)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구속 당시 경찰은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부검 결과 시신에서 목졸림 흔적 등을 확인하고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후 언론에 "해당 가정에선 지난해 7월 단 한차례 밀치는 등 경미한 가정폭력이 있었고, 이후 추가 신고는 없었다"며 "외국인 가정임을 감안해 같은해 11월 가정폭력 우려 A등급으로 격상, 최근까지 10여차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김씨의 가정폭력 전력은 경찰이 밝힌 1차례가 아닌 3차례였고 두번째는 흉기까지 동원됐다.

경찰은 김씨의 가정폭력이 상습적이었는지를 가늠할 신고 전력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숨겨,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A씨의 어머니 B씨는 "지난해 9월에도 딸이 집에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온갖 욕설을 하면서 '죽이겠다'고 흉기로 찌르려고 해 경찰에 신고한 일이 있었다"며 "그때 내가 죽기살기로 (김씨의)다리를 붙잡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살인 사건이 벌어질 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딸은 수시로 폭행을 당해왔다"며 "헤어지려고 하면 김씨가 가족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해 딸이 나에게 '나만 맞으면서 살면 우리 가족 모두 안전할 수 있다'면서 참아왔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올 6월 4일 세번째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출동한 파출소 경찰관들이 "A씨가 술에 취해 신고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사건처리를 하지 않았고, 해당 가정이 관리 대상임에도 경찰서 담당부서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취재에 소극적으로 답변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더구나 경찰은 지난해 첫 가정폭력 신고가 있었던 7월 1일 이후 해당 가정을 가정폭력 우려 B등급 가정으로 분류,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했지만 자택 방문은 아예 없었고, 전화통화도 수차례 건너 뛰는 등 사후 관리를 허술하게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관련 지침에 따라 B등급으로 분류된 가정에 대해서는 2개월마다 1차례, A등급은 매월 1차례 방문 또는 전화로 폭력사건이 재발했는지 관찰하고 있다.

하지만 안산단원서 모니터링팀은 A씨와 전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수시로 모니터링을 건너 뛰었고, A씨가 폭력과 협박에 못 이겨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실상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유족 B씨는 "경찰에서 모니터링을 잘 해온 것처럼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딸이 맞고 사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한 게 무슨 모니터링이냐"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모니터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팀이 제대로 정비되기 전이어서 어수선한 상황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출동 시 가정폭력 사항을 파출소와 경찰서 담당 부서가 공유했어야 하는데 미흡한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연합]